노자, 리더십에 반(反, 또는 叛)하다.
 
<’반하다’는 말을 혹시 오해할지 몰라 한자를 덧붙입니다. 이 때의 ‘반’은 反, 또는 叛 입니다.>
 
4. 세상이 문란할 때, 리더는 자기를 내세운다.
 
이 시리즈의 처음 글(제1회, 존 맥스웰, 노자를 뒤틀다.)에서 존 맥스웰이 노자의 도덕경중 한 부분을 뒤틀어 자기의 주장을 보강하는 증거로 제시한 것을 살펴 본 적이 있다.
 
맥스웰은 “오래 된 중국 시 한 수를 소개한다. 당신은 훌륭한 지도자에 대해서 당신이 찾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충고를 발견할 수 있다.”(리더십의 법칙, 240쪽)고 그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시 한편을 인용하고 있다  
 
<그들의 일이 다 완수 되었을 때에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고 말하게 한다.> ( 맥스웰이 인용한 중국 시 )
 
그런데 그 중국시라며 인용한 것은 중국의 시가 아니라, 노자의 <도덕경> 17장이다.

그 바른 해석은 다음과 같다.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오강남 번역, 도덕경 17장) 
 
맥스웰이 인용한 중국시 전문은 도덕경 17장과 다를지라도, 발췌 비교한 부분만은 비슷하다. 비슷하다, 아니 같다, 똑같다. 그런데 마지막 구절에서 무언가 교묘한 차이가 보인다.
맥스웰은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고 말하게 한다, 고 인용한 반면, 오강남은 그 부분을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번역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 (사람들) 힘으로”와 “저절로” 의 차이이다.
맥스웰은 지도자가 일을 성취하게끔 지도하고 그 일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우리 힘으로” 해 냈다고 말하게 한다고 번역하여 사람(즉, 지도자)의 능력을 강조한 반면, 오강남은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말하게 한다고 번역하여 사람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다.
 
결국, 맥스웰은 그것을 ‘우리 (사람들) 힘으로’라고 번역하여 인위(人爲)로 결론을 지었는데, 오강남은 ‘저절로’라고 번역하여 무위(無爲)로 결론지었다. 이것은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나,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어떤 문제점일까?
춘추좌씨전 양공/13년의 기록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世之治也(세지치야) :  세상이 다스려질 때에는
君子尙能而讓其下(군자상능이양기하) : 군자들은 유능한 자들을 숭상하고 아랫사람들에게 겸양하며
小人農力以事其上(소인농력이사기상) : 소인들은 농사에 힘써 그 웃사람들을 섬긴다
是以上下有禮(시이상하유례) : 그러므로 상하에 예의가 있게 되어
而讒慝黜遠(이참특출원) : 간사한 마음을 품은 자들이 멀어지니
由不爭也(유불쟁야) : 이는 다툼이 없기 때문이다
謂之懿德(위지의덕) : 이것을 <의덕>이라고 한다
 
及其亂也(급기란야) : 그러나 세상이 문란할 때는
君子稱其功以加小人(군자칭기공이가소인) : 군자들은 자기의 공로만을 내세워 소인들을 억압하고
小人伐其技以馮君子(소인벌기기이풍군자) : 소인들은 자신의 기술만 자랑하여 군자를 속인다
是以上下無禮(시이상하무례) : 그러므로 상하의 예가 없어져
亂虐幷生(란학병생) : 난잡함과 잔악함이 아울러 생기니
由爭善也(유쟁선야) : 이는 다투기를 경쟁했기 때문이다
謂之昏德(위지혼덕) :  이것을 <혼덕>이라 한다
國家之敝(국가지폐) : 국가의 멸망은
恒必由之(항필유지) : 항상 이것으로 말이암은 것이다.라고 했다
 
세상이 문란할 때는 군자들은 자기의 공로만을 내세워 소인들을 억압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했는데, 군자, 곧 리더가 자기들의 공로만을 내세우고 있는 현상, 바로 리더십 주창자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 맞지 아니한가?
 
춘추좌씨전에서는 그러한 것이 국가의 멸망의 원인이라고까지 했으니, 리더십을 아무렇게나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들이 알기나 하는 것일까?
위의 글에서는, 세상이 문란한 때에 리더라 하는 자들이 자기를 내세운다 했지만, 아니다. 그런 리더들이 자기를 내세우며 세상을 어지럽혀 세상이 문란하게 된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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