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0350.jpeg

늦가을 어느날 큰아들 내외와 손자,손녀가 왔다
에너지 넘치는 6살 손자는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한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싶은 말도 많다 거기에 다 답해주다보면 목이 잠긴다
그래도 그 호기심의 대화가 여느 고정관념의 어른과의 대화보다 훨씬 재미있어 덩달아 신이 난다
행동 또한 심장 만큼 팔닥팔닥 생기충천이다
그런 손자가 오면 나는 똑 같은 6살 어린이 마음이 된다
체력은 따라주지 않아 힘들어도 
어린손자의 순수한 세계에 같이 흡수되어 공유되는 시간은
계산없이 맑던 장난꾸러기 어린시절로 돌아가 그저 신나고 재미있다

오늘의 놀이는 ‘도깨비바늘 전쟁놀이’
도깨비바늘 씨를 따서 서로의 옷에다 던지는 것이다
도깨비 바늘 세례를 받은 녀석은 얼른 옷에 붙은 씨를 떼느라 애쓰더니
복수혈전, 도깨비바늘을 따서  내게 마구 던졌다
윽~당했다 씩씩대며 일부러 감정을 돋우며 다시 공격을 하면 녀석은 까르르 도망가고…

미소가 백만불이 넘을 손녀는 미소는 무한 발사지만 곁을 잘 주지 않는다
돌이 지나도록 맘껏 안아보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이날 할머니와 즐겁게 노는 오빠에게 질투를 느꼈는지
왠일로 아장아장 걸어와서는 내 손을 잡자는게  아닌가
엄마아빠가 손잡자고 해도 뿌리치고 할머니 손을 잡는다, 이런 황송할데가..ㅎ
한손에 쏘옥 들어오고도 그만큼의 여유가 더 있는 작은손
고 예쁘고 보드랍고 말랑한 고사리 같은 손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다정하던지
그 틈에 손자의 공격,
덕분에 나는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도깨비바늘 세례를 무지 받았다
당했다는듯 찡그리며 비명을 지르니 ,승리해 신나서 웃는 손자의 웃음소리가 하늘을 날았다
올가을, 집앞 오솔길 옆 묵밭이 온통 도깨비바늘 밭이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