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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동지섣달~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
밀양아리랑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막연히 불러대던 노랫말들이
쏙쏙 현실감으로 와닿을 때가 있다
흥얼거리며 가사를 읍조리다가
문득 가사의 뜻이 새롭게 깨달아져
바보 도 터지듯이 감탄하곤 한다
꽃을 볼 수 없는 추운 겨울날
실내에서 꽃대를 올리던 키르탄서스가 드디어 꽃으로 왔다
얼마나 귀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마음은 온통 꽃밭이 되어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볼적마다 얼굴은 미소가 만발, 꽃처럼 피었다
그 옛날 노랫말을 지으신 분도
바로 이 마음을 알았기에 그렇게 지었겠구나
동지섣달 그 추운 겨울의 귀한 꽃을 바라보는
이 애틋하고 귀하고 사랑스런 마음,
님에게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봐 달라는 노래
신명나게만 알고 있던 밀양아리랑, 애절한 가사에 잠시 심취해 봤다
꽃 한송이만으로도 삶의 환희를 노래하시는 걸 보니
'도 터진' 거 맞네요.
우리집 남향 거실 겸 부엌에도 겨우 내내 꽃을 피운 친구가 있습니다.
대문자꽃!
들길 님도 눈에 익을 겁니다. 보세요.
너무 가녀린 꽃이라서 일주일 안에, 길면 두 주일 안에 질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12월부터 1월말까지 그 청초한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거로 보입니다.
세상을 동지 섣달 꽃 본듯이 볼 수만 있다면
천국을 미리 당겨서 사는 거겠지요.
오늘 기온을 보니 봄도 머지 않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