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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내와 함께
장을 볼 때가 간혹, 때때로 있습니다.
주로 대형마트에 갈 때 따라갑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인간성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제 눈에 비친 아내의 장보기는 신바람입니다.
말 그대로 소풍 나온 태도로 큰 매장을 돌아다닙니다.
시식 코너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는 없고,
살 계획이 없던 여러 가지 물건을 들여다보고,
호객하는 판매원의 말에 솔깃해하고,
집에 있는 건데도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또 삽니다.
저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처럼 참고 참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그것도 주관적 느낌인데,
점잖지만 냉정하게 말합니다.
그만 갑시다.
그건 뭐 하러 사요.
나 지금 좀 바쁜데.
그럼 나 먼저 갈 거요. ....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장보러 따라오지 않겠다고.
아내가 살아가는 리듬이 저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장 볼 때는 왜 저의 인내심이 이렇게 쉽게 바닥나는 걸까요?
저를 용서하시고, 오래 참는 은사를 허락해주십시오.
아니, 장 보는 걸 함께 즐길 수 있는 지혜까지 허락해주십시오.
아내가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장 보러 다닌 적이 있으셨을
예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손님 관광 안내는 하겠는데
(참고로 저는 타지마할을 60번 가까이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날 쇼핑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늘 같은 물건 돌아보고 흥정해야하는 일.
그래도 시공간을 통채로 담보하고
저의 앞에 주어진 인생이기에
이것도 참 생명의 일부라 생각하고 영접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참 쉽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