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7일
모두 죽는다(1)
우리의 미래에 일어날 일들 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이다. 아주 갓난아이를 빼고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죽음을 의식하더라도 거기에 일치해서 사는 사람은 더 드물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죽음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보인다. 끝없이 성장하고, 소유하고, 소비하는 식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뭔가?
이유를 따지자면 수도 없이 많다. 아무도 죽음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가족이 죽거나 주변 사람들이 죽을 때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는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어리석어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걸 남의 일로 생각한다. 사랑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고 책으로만 읽은 사람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한다는 것도 죽음과 아무 상관없이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다. 두려운 대상 앞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태도를 취한다. 그걸 확인하려는 태도와 피하는 태도다. 대다수는 피하는 쪽을 택한다. 모르면 생각도 안 나고, 생각이 안 나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죽음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약간의 방심, 약간의 틈만 보이면 죽음 천사는 우리 영혼의 문고리를 쥐고 흔들어댄다.
죽음이 두려운 지 아닌 지는 그것이 가까울 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가까울 때 두려웠습니다.
고통보다는 그 상황이 그런 것 같아요.
해리포터의 한장면이 생각나요.
해리포터의 <불사조 기사단>편에서
해리포터의 후견인인 시리우스가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시리우스는 의리있고 고독한 케릭터죠.
2002년에 그 장면을 읽을 때 상상하기로는
큰 방이 있는데 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둘레가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베일로 둘러져있는 방에서 싸우는데
시리우스가 싸움에서 지면서 그 베일 뒤로 떨어져 사라지죠.
사라진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무척 슬펐어요.
죽음은 어떤 존재가 함께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죽음이 오히려 좋은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면서 고통스러운것이 더 힘들지요.
근데 그 고통도 닥치면 겪어지고, 참아지고, 그러더라구요.
그 고통이 처음과 끝이 같은 고통이 아니고, 줄어들던지.. 아님, 점점 커지다가 사라지던지..니까요.
그 고통이 아프다고 악을 써도 겪어야 하고, 소리없이 참아도 어차피 겪어야 할거라면..
그냥 담담히 겪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죽음이 전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져야하고, 나만 똑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지옥에서까지 영원히 고통받는다는 것때문에 무척이나 두려운거였는데..
지금은 그 죽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된거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비밀한 방식으로요..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이 경험이라는 게 충분한 시간을 둔 게 아니라.
눈 깜빡이는 짧은 시간의 경험이라 그 찰나와 같은 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