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7일
모두 죽는다(10)
기독교 신앙으로 살아가는 나는 죽음 앞에서 어떤 희망을 말할 수 있나? 천국에 가서 좋은 집에 살면서 배불리 먹고 건강하게 사는 걸 희망하지 않는다. 그런 삶의 방식으로는 내 영혼이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삶은 이 땅에서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천국에 가서 그리운 부모와 가족과 친구들과 교우들을 만나서 옛날을 회고하면서 웃고 지내는 걸 희망하지 않는다. 내가 알던 사람과 모르던 사람을 구별하는 건, 그리고 착한 사람과 못된 사람을 구별하는 건 절대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최고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삶의 조건을 그곳에서도 누리면 사는 걸 희망하지 않는다. 그런 조건은 시공간으로 작동되는 이 세상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그 이후에 대한 희망은 적극적으로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진술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나쁜 것은 물론이고 좋은 것들 역시 ‘아니다.’라는 방식으로 말할 뿐이지 적극적으로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창조 이전의 자리에서는 창조 이후의 세계를 상상할 수 없듯이, 종말 이전의 세상에서는 종말 이후의 세상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는 우리의 모든 사유와 경험을 넘어서기 때문에 피조물인 우리에게는 침묵과 기다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적인 진술이 허락된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나는 죽은 다음에 ‘하나님의 자유로운 미래’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자유는 하나님에게만 가능한 능력이다. 그 어떤 것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능력으로 하나님은 미래를 결정하는 분이다. 하나님의 자유로운 미래에 의해서 시작될 새로운 세상을 가리켜 요한계시록은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말했다. 헌 것이 아니라 새 것이다. 새롭다는 것은 창조로만 가능하다. 무에서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만이 행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통치, 섭리, 능력에 휩쓸린다는 것만은 믿고 희망한다. 그 세상은 완벽하게 선하다고 믿는다. 처음 창조 때에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처럼 그 세상도 역시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에 상응할 것이다.
그런 세상을 신약성경은 부활이라고 말한다. 부활은 질적으로 새로운 생명으로의 변화다. 따라서 부활은 창조와 동일한 하나님의 자유로운 행위다. 지금의 나를 하나님은 미래로 열린 부활의 세계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것이 바로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는 사도신경의 마지막 문장이 가리키고 있는 인류의 미래, 곧 나의 미래가 아니겠는가. 이것 외에 내가 무엇을 더 명확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죽음 시리즈를 마치면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몇 가지 질문을 하자. ‘나’라는 개인의 죽음과 하나님이 직접 통치할 우주의 종말과는 어떤 관계일까? 나는 죽으면 곧 심판을 통해서 천국으로 가는가? 아니면 바울이 비유적으로 말하듯이 잠을 자다가 우주의 종말 때에 깨어나 심판을 받는가? 더 근본적으로, 죽음 이후에도 ‘나’라는 정체성은 고유하게 유지되는가?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는가? 도대체 내가 지구에서 일시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천국은 지상인가, 우주 공간인가, 전혀 다른 차원의 어떤 세상인가? 한 평생 목사로, 신학자로, 선생으로, 논객으로, 설교자로, 성경교사로 살았는데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하는 게 옳다.
저는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건강을 허락해 주신 것만으로도 매우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사람이 건강.해야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외에 다른 것들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적인 노력의 여하에 따라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대로 되게 하실 수도 안되게 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세상에서 살면서 삶의 중심과 가치가 무엇인지가 중요한거고 어디에 중심을 두느냐가 중요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하면서 사는 삶이 중요한거고요... 그게 죽기 전에 삶의 의미와 가치를 조금이나마 더 있게 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문득 진리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생각나네요. 예수 그리스도 인가요? 그렇다면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요?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분이신가요? 구원이란 무엇인가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나오네요.... 소크라테스처럼 모른다고 해야 하나요? 믿음이 없는거고 신앙이 없는건가요? 예수가 진리라고 고백하면서도 그 진리이신 예수가 어느 분이고 또 그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게 기독교인들의 역설이자 또 진리를 추구한다는 많은 인간들의 역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목사님
저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도 생각 해 보았습니다
죽음이란 죽는게 아니라 죽여지는거라고요
생물학적이라고 할까요
우선 지금 까지는 내가 이기고 버티고 피하고 살아 왔는지 모르지만
죽음 앞에선 그 무언가에 의해 내가 죽임을 당하는게 아닌가 해요
살기를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고 빌고빌어 소원해도 소용이 없어요
그 무언가가 나를 죽여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죽어요
내겐 사는 것도 죽는것도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것 같아요
이것이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이 아닐런지요
또 다른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그것이 바로 사후 세계가 아닐런지요
내가 하나님의 계획을 어찌 명확히 알리요
아니 알려고도 안 할래요
부질 없을 것이니까요
다만 하나님의 인도 하심을 따라 여기 까지 왔고 그 분이 이끄시는 대로 그냥 갈래요
이 삶에 최선을 다 할 수 있고,
이후의 '영원'에 대한 소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만,
댓글은 달라고 있는것이니..^^)
평안의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