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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일
모두 죽는다(5)
사람은 ‘모두’ 죽는다. 예외가 없다.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나 못사는 나라 사람이 다르지 않다. 착한 사람과 못된 사람 사이에도 차이가 없다. 부자라고 해서 죽음이 피해가지 않고, 거꾸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죽음이 피해가지 않는다. 교황도 죽고, 노숙자도 죽는다.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확실하게 인식할 수만 있다면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삶이 피곤한 사람들도 이 사실로 인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거꾸로 삶이 즐거운 사람들도 이 사실로 인해서 교만하지 않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을 무조건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며, 부자들 역시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그리고 집단과 집단이 서로 배척한다. 죽음을 관념으로만 여기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는 2백만-3백만 년 전의 유인원들을 자주 생각한다. 지구에 살았던 여러 유인원들은 다 멸종했다. 지금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만 겨우 운 좋게 살아남았다. 유인원들의 멸종 원인이 여러 가지지만, 그중의 하나는 지구의 빙하기다. 추위가 점점 심해지는 그 순간에 그들이 얼마나 두려워했을지 상상이 간다. 빙하기 앞에서 유인원들은 서로 힘을 합해 생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쳤을 것이다. 모두가 동일한 운명체임을 절감했다는 말이다.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은 동일 운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