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7일
예수의 유랑생활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복음서 외에는 없다. 당시 로마의 역사 기록물에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초기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나온다. 복음서가 전하는 예수에 대한 이야기도 일대기가 아니다. 예수에게도 어린 시절, 사춘기, 청년 시절에 있었을 텐데, 복음서가 그걸 기록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집필 목표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탄생 설화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예수의 일대기와는 관련이 없다.
복음서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는 2,3년 동안의 유랑생활이다. 그게 소위 공생이다. 석가, 공자, 마호메트 등과 전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예수가 왜 출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하나의 작은 단서가 있긴 하다. 세례 요한과의 관계다. 누가복음은 세례 요한과 예수가 친족 간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나 확실한지는 모른다. 예수가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예수의 출가 동기가 세례 요한과 관련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세례 요한과 마찬가지로 예수도 30대 초반의 나이로 죽는다. 요한은 헤롯 왕에 의해서, 예수는 로마 총독 빌라도에 의해서.
2,3년에 걸친 예수의 유랑생활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거룩하고 찬란했던 기간이다. 공중의 새도 깃들일 곳이 있고 여우도 머물 굴이 있지만 자신은 머리 둘 곳도 없다 한탄하실 정도로 고독의 끝자락을 경험하신 유랑생활이었지만 그 기간에 제자들과 일부 추종자들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 경험했다. 그 열매가 오늘의 기독교 역사다.
큐티 방식으로 한 가지만 짚는다면, 모두가 피하고 싶은 유랑생활이야말로 예수를 따라 살아야 할 우리 모든 기독교인들이 한 순간도 놓치지 말아야 할 영성의 정점이다. 늘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삶을 떠날 준비, 모든 정들었던 것들을 버릴 준비, 모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준비, 가까운 사람과 헤어질 준비가 바로 그것이다. 준비하지 않다가 갑자기 그런 순간이 들이닥치면 부끄러운 일을 당할 것이다.
그래도 '이민' 안하고 '이만' 하길 다행이다 싶습니다.
언제고 다 버리고 떠날 준비의 '연속'이지만,
옛 것 생각나 다시 주어 담기도 '연속'이네요.
부끄러운 인생이 되지 않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