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
하루살이
요즘도 우리 집에는 하루살이 몇 마리가 날아다닌다. 날씨가 이런 정도로 싸늘해졌으면 하루살이들이 번식을 못할 때도 된 거 같은데, 무슨 연유인지 몇 마리가 눈에 뜨인다. 바깥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서 마지막 순간을 견뎌내기 위해서 미로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어쨌든지 기특한 일이다.
하루살이를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르고 자유로운지 모른다. 움직이는 물체는 관성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하루살이는 관성의 지배를 안 받는 것처럼 방향전환을 순간적으로 해버린다. 손으로 그들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어디로 방향을 바꿀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파리나 모기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다.
하루살이 정도의 비상 능력을 갖춘 비행물체를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5백 명이 탈 수 있는 점보 여객기는 지금 얼마든지 만든다. 앞으로는 1천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도 만들 것이다. 그러나 1,2밀리미터 정도의 크기이면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하루살이는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뜨고, 방향을 잡고, 주변의 상황도 파악하고, 속도를 내려면 온갖 종류의 장비들이 필요할 텐데, 하루살이 정도의 크기에 그런 장비를 장착하기는 불능할 것이다. 요즘 나는 하루살이를 보면서 세상과 생명의 신비를 다시 만끽하고 있다. 하루살이는 하나님 창조 행위의 절정이 아닐는지. 그들이 나에게 주는 게 너무나 많다. 좀 귀찮더라도 하루살이가 우리 집에서 살만큼 살도록 내버려 두어야겠다.
이즈음에 날아다니는 것은 아마도 초파리일 것입니다.
집안에 감이라던가 바나나 포도 처럼 과일이 있으면 어떻게 알고 오는지 금방 나타나지요.
식초를 만드는데 초파리가 없으면 안됩니다.
초파리에서 나오는 초산이 과일과 화학작용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필요없는 미물은 정말이지 하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