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큰 딸이 대구문예회관에서 (아르바이트) 연주가 있다고 해서 지하철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하양에서 대구문예회관에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차를 운전해서 가는 거다. 밀리지 않으면 한 시간 걸린다. 다른 하나는 버스를 타는 거다. 하양에서 출발하는 518번은 대구 시내를 관통하느라 두 시간이 족히 걸린다. 세 번째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거다. 딸은 지하철을 선택했다. 지하철은 단번에 가지 않는다. 하양에서 안심역까지 버스가 차로 가야하고, 안심역에서 서부정류장까지는 지하철, 서부정류장에서 문예회관까지 택시를 타야 한다. 서부정류장에서 문예회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긴 하지만 이렇게 추운 날은 어쩔 수 없다. 이야기를 줄여야겠다.
나는 먼저 나와 아파트 지하에 놓아둔 차를 몰고 나왔다. 뒤따라 나온 큰 딸이 아파트 아래 현관에서 내 차의 뒷자리로 올라탔다. 아파트 마당이 여전히 눈얼음으로 덮여 있어서 조심스레 차를 몰아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기름 계기판이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주유 중에 내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어서 꺼내기도 힘들어 시간이 걸렸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진동이 끝났다. 확인해보니 큰딸 전화였다. ‘얘가 주유 중에 장난하나, 왜 이래.’ 하고 뒷좌석을 돌아봤다. 근데 거기에 당연히 있어야 할 딸이 없었다. 급히 전화 걸기 버튼을 눌렀다. 딸 목소리다. “아빠, 지금 어디 있어요?”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얘가 언제 차에서 내렸다는 거지. 차 문을 열지도 않고 공중부양으로, 차 문 틈새로 연기처럼 내렸다는 말인지. “지금, 주유하고 있는데, 너 어디냐?” “청구슈퍼 앞이에요.” 아파트 구내 슈퍼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급히 슈퍼 앞으로 차를 몰았다. “어떻게 된 거니?” 했더니, “내가 타지도 않았는데 그냥 떠나면 어떻게 해요?” 하는 거다. 너 분명히 탔잖아. 뒷좌석에 물건이 많아서 올라가지 않고 그냥 문을 닫고 앞좌석으로 가려고 했는데, 차가 떠나버렸어요. 나는 네가 탄줄 알았지.
나는 아직도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딸은 분명히 뒷좌석에 탔다. 그리고 나는 뒤에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그대로 안고 유유히 아파트를 빠져나와 주유소 앞까지 운전했다. 내가 혼을 어딘가 빠뜨리고 산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려가다가 한 번씩 쉰다고 한다. 자기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딸들의 템포를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ㅎㅎㅎ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글을 읽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이해가 될듯 하면서도 안되는 상황이라서요...
비슷한 경험이 없지만, 당채 상황상 이해가 안되서요.
암튼 정목사님의 이런 일들을 공개하심에 웃기도하면서도 일상의 영성을 느낄수 있어서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