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공공성, 또는 보편성은 신학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교회가 퇴행적으로 자기에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의미이다. 교회는 자기의 주장은 보편적인 차원에서 변증해야 한다. 교회의 구원 메시지가 세상의 현실과 깊숙이 연루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처음에 교회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만드셨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신다.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 상위 개념이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세상을 위한 것이다. ‘타자를 위한 존재’다.

     지금 세상의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를 교회는 외면할 수 없다. 정치와 무관한 교회는 상상이 안 된다. 교회가 정치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으나 정치가 하나님 나라의 차원에서 변혁되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독일 나치 시대에 독일교회는 침묵하다가 인류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정치만이 아니라 과학도 오늘의 세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원이다. 교회가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회 류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은 교회의 보편성을 놓치고 있다는 증거다.

     교회의 보편성이 말하는 또 하나의 다른 신학적 의미는 개별 교회만이 아니라 노회나 총회가 교회라는 것이다. 즉 감독제도를 가리킨다. 이런 신학적 의미를 가장 바르게 구현하고 있는 교회는 로마가톨릭교회다. 정교회나 성공회 등도 나름으로 잘 되어 있다. 가톨릭교회는 교구 중심으로 교회 행정이 돌아간다. 교구가 곧 교회다. 교구에 속한 모든 개별 교회와 사제들은 하나의 교회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완전히 거꾸로 간다. 모든 교회가 개별적이다. 이웃 교회의 목사를 자신들의 교회 목사와 완전히 다르게 생각한다. 개인 이기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와 교회 이기주의에 기초한 한국 개신교회는 일치한다.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