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1월8일(화)

조회 수 3170 추천 수 0 2013.01.08 21:34:15

 

     이동흡 씨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되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나오신 그분은 대표적인 강경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헌재는 지금까지도 보수적인 판결이 많았는데, 저 분이 청문회를 통과해서 소장으로 결정되면 더욱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다. 한국의 중요한 법 문제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 헌재다. 서울을 지방으로 옮기려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도 헌재에 의해서 좌절된 적이 있다.

     그건 그렇고, 헌법재판소를 구성하고 있는 재판관들의 출신대학교 분류가 더 재미있다. 전체 9명 중에서 7명이 같은 대학교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다. (내가 근 1,2년 사이에 주례를 본 젊은이들 중에 두 팀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긴 하지만...) 믿기 어려웠다. 신문 보도가 잘못 됐는지 내가 잘못 읽었는지 몰라 다시 확인해보니 사실 그대로다. 나머지 한 분은 고려대 출신이고, 다른 한 분은 경북대 출신이다. 그중에 여자는 단 한 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대한민국에 신망 받는 법조인이 서울대 출신 밖에 없다는 건지, 그중에서 헌재 재판관으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인물이 몽땅 서울대 출신이라는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수년 전에 서울대 폐지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학벌 차별을 막으려면 서울대를 폐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겠다. 헌재 구성비율만 놓고 보더라도 80% 가까이를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곧 한국사회가 크게 병들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런 현상은 권력과 부, 또는 가난의 대물림 현상과 맥이 닿아 있다. 낭만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서울에 소재한 각각의 대학교 출신 4명, 강원도 1명, 경상도 1명, 전라도 1명, 충청도 1명, 그리고 제주도 1명으로 헌재를 구성했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법 체제가 허물어질 일은 없다.

     내가 사는 아파트 구내에 며칠 전부터 현수막이 내 걸렸다. 몇 동 몇 호에 사는 아무개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profile

[레벨:33]달팽이

2013.01.09 20:05:50

우리나라 대학 진학율이 정확한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83%정도 된다고 합니다.

개나 소나 다 간다는 말입니다.ㅎ

생각해 보니 저도 개나 소 중의 한 사람입니다.ㅎㅎ

대학에서 뭐했는지 생각이 별로 나지 않고

그냥 허송세월 보내고

부모님 허리휘게 해서 번돈으로 참 값어치 없이 보냈구나?

생각이 많이 듭니다.

 

대학이 많이 생긴 것도 정치적 이유들이 많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학교도 살고

아이들도 살고

부모들도 살고

우리 사회도 건강하게 유지할 텐데

아이러니하게 대학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부터 우리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인간으로 길러야 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01.09 23:27:03

달팽이 님,

나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생 중에서 30%만 가면 될 겁니다.

대학에 가지 못한 젊은이들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겠지요.

대학은 가지 않더라도

평생 교육을 받기는 해야합니다.

달팽이 님은 늘 공부하는 분이니

평생 교육이 왜 필요한지는 잘 아실 거구요.

지금의 대학을 시민대학으로 바꿔서

한달에 10만원만 내도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서 고생시키기보다는

평생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꿔봅시다.

 

 

profile

[레벨:13]토토

2013.01.10 11:07:50

저도 총 3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쏟아 부었지만

대학에서 얻은 건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 뿐이고요

일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사회에서 따로 세미나를 들으면서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대 합격한 그 학생은 현수막이 자랑스러울지 민망할지......

저희 지역에선 서울대 합격하면 시내에 내걸거든요 ㅋㅋㅋㅋㅋㅋ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01.10 15:42:26

대학공부가 늘 무의미한 거는 아니에요.

굉장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최소화 님이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 여러가지이겠지요.

가장 크게는 한국 대학교의 구조적인 문제일 거구요.

20대 초반의 나이는

마치 스폰지 처럼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흡수할 수 있는 시기에요.

실제로 그런 학생들도 많구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서

교수평가를 할 때 그런 경험을 말하는 학생들도 꽤나 됩니다.

배움은 평생 해야하니까

천천히 잘해봅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931 주현절에 대해, 1월20일(주일) 2013-01-20 1890
2930 소극적인 삶, 1월19일(토) [7] 2013-01-19 3249
2929 적극적인 삶, 1월18일(금) 2013-01-18 2559
2928 세균 찾기, 1월17일(목) 2013-01-17 2033
2927 물 한 모금, 1월16일(수) [2] 2013-01-16 2654
2926 교회의 공공성(7), 1월15일(화) 2013-01-16 2229
2925 교회의 공공성(6), 1월14일(월) 2013-01-14 2050
2924 교회의 공공성(5), 1월13일(주일) 2013-01-13 1949
2923 교회의 공공성(4), 1월12일(토) 2013-01-12 1885
2922 환갑, 1월11일(금) [2] 2013-01-11 2576
2921 목사 세금, 1월10일(목) 2013-01-10 2561
2920 글뤼바인, 1월9일(수) file [7] 2013-01-09 3790
» 서울대학교, 1월8일(화) [4] 2013-01-08 3170
2918 저녁밥, 1월7일(월) file [5] 2013-01-07 3113
2917 교회의 공공성(3), 1월6일(주일) 2013-01-06 2203
2916 교회의 공공성(2), 1월5일(토) 2013-01-05 1954
2915 교회의 공공성(1), 1월4일(금) [2] 2013-01-05 2860
2914 착각, 1월3일(목) [9] 2013-01-03 2938
2913 연필, 1월2일(수) file [62] [1] 2013-01-02 7424
2912 덕담 한 마디, 1월1일(화) [5] 2013-01-01 3227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