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49)

조회 수 984 추천 수 0 2018.03.09 22:13:13

(49)

개신교 목사들은 사례비를 자신이 전업 목사로 활동하는 교회로부터 받는다. 목사가 목사답게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사람은 돈을 주는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교회 정치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대개 장로들이라서 목사는 장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소신이 없는 목사나 그렇지 소신이 있으면 장로 눈치 안보고 하나님 뜻에 순종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지만 전체적으로는 착각이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 활동한 선지자들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왕궁에 속한 선지자들도 있고, 예루살렘 성전에 속한 선지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왕궁과 성전에서 소위 사례비를 받으면서 하나님을 말씀을 선포했다. 그들은 왕궁과 성전을 비판하지 못했다. 구조 자체가 어용 선지자로 길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왕궁과 성전에 예속되지 않은 선지자들이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왕궁과 성전을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었다. 지금 구약에 포함된 선지서들은 대개 이런 사람들의 설교다. 하나님으로부터 신탁을 받았다고 주장하던 선지자들도 어디에 속했느냐에 따라서 말씀 선포의 성격이 달라졌는데, 개교회주의가 만연한 오늘 한국교회 목사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목사가 개별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례비를 많이 받기 위해서 교회 성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형교회 목사와 미자립교회 목사의 사례비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사례비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복지비용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목사가 사례비에 연연하지 않고 목회에 충실하기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또 하나의 문제는 교회 당회원들이 목사를 월급 사장정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목사를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만 경우를 든다면 목사들 사이의 연대감이 단단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로 간에 거룩한 동지의식이 없다. 마치 유치원 원장이나 피자가게 사장들의 친목 모임 수준보다 더 나을 게 없다. 마지막으로는 사례비를 많이 받는 목사들에게 교회 정치가 예속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 개신교회의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사 사례비 문제다. 대도시 대형교회 담임 목사와 노인들만 모이는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가 동일한 사례비를 받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에 맡긴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 문제는 그런 마음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교회 개혁은 난망이다. 나도 그런 구조 속에서 평생 목회를 했으며, 시나브로 목회를 정리할 때가 가까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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