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59)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18.03.23 20:54:22

(59)

구원이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명제에서 중요한 것은 죄 개념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는 것이다. 죄 개념과 연관해서 성경에 나오는 몇 단락을 설명하는 중이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1:15)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려면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바꾸는 것이 곧 회심이다. 하나님 나라, 즉 하나님의 생명 통치를 단지 이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깨달으려면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할 수 있어야한다. 그 하찮은 것이 실제로는 가장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빵과 포도주로 집행되는 성찬, 그리고 중력을 말했다. 두 항목만 더 말하겠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의 이 공간은 내 서재다. 공간(空間)은 한자로 비어 있는 틈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비어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선이 그어 있거나 벽이 둘러쳐져서, 그리고 곳곳에 적당한 사물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것을 대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거기에 현존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서재라는 공간에서 나의 현존을 절감한다. 집 마당에 나가면 거기서도 또 새로운 공간을 경험한다. 내 책상 위에서 여러 물품들이 놓여 있다. 그것과 나 사이에 공간적인 거리가 있다. 그것을 내가 손으로 잡으려면 그 사이를 가로질러서 손을 뻗어야 한다. 어떤 것은 가까이 놓여 있고, 어떤 것은 거리가 멀다. 모든 것들이 제 자리에 놓임으로써 서재라는 공간이 제 모습을 갖춘다. 신비롭다. 지금 나는 내가 공간 안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서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블랙홀에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의 중력으로 인해서 주변의 모든 사물을 완벽하게 압축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모든 사물은 공간에 의해서 유지된다는 뜻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각종 원소 구조도 대부분이 공간이다. 그 안에서 에너지가 작용함으로써 원소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공간이야말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가장 궁극적인 토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게 무너지면 사람관계의 블랙홀 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관계의 에너지가 말소되고 말 것이다.

어쨌든지 지금 내 서재라는 공간, 집이라는 공간, 영천이라는 공간, 지구라는 공간, 우주라는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창조 사건이니까 그것과의 관계를 가장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생명의 깊이로 들어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시적인 상상력을 빌려서 말한다면, 봄날 민들레를 통해서 공간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절정의 생명 경험이다. 더구나 공간은 태초 창조 때에 하나님에 의해서 은총으로 주어진 것이기에 돈을 지불할 필요 없이 누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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