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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를 자박거리며 내리는 빗소리에

벌써 커피를 두잔째,

만성위염 증세로 하루에 한잔만의 약속을 깨뜨렸다


입술에 와닿는 커피잔의 느낌

하얀 잔속의 투명한 쵸콜렛 빛깔

코끝에, 입안에 머금어져 느껴지는 커피의 향

목줄기를 따라 흐르는 따뜻한 흐름

딱히 특별하지도 않은 것의 이 특별함을 

오감을 통해서 즐기게 되는 커피타임이다.


이즈음에 커피잔의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

투박하고 단조로운, 심플한 머그잔에 7, 8부의 커피를 담아

이리저리 서성대며 마시기를 즐겼었는데

지금은 가볍고 얇은 꽃무늬가 있는 엔틱 잔을 선호하며

가만히 앉아 멍~하니 커피를 음미하곤 한다

딱히 멀리 하던것이 가까워지고 좋아지는 것은

점점 예민해지는, 어쩌면 노년의 체력에 따른것일지도 모르겠다

어깨가 아프니 될수 있는한 가벼운것이 좋아졌고

입술도 얇아지니 잔과 부딪히는 부분이 예민한것이 마시기에 편하다

내 모습이 지루하다보니 내 눈앞의 것은 생동감 있고 화사한것이 당긴다.

어쩌면, 색으로 에너지를 채우려는 본능인지도 모른다.


문득

나이듦에 따라 영혼의 예민함도 저절로 주어진다면

하나님의 존재하심 그 언저리에서 늘 평화하지 않을까

주께 가까이,

본능적인 영혼의 예민함으로 당겨주시기를…

커피 마시다가 갑짜기 기도 드리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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