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84)

조회 수 1077 추천 수 0 2018.09.14 15:42:47

(184)

찬송가 부르기에 늘 집중력이 가동되는 건 아니다. 찬송가만이 아니라 예배의 다른 순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입을 열고 소리를 내지만 마음은 다른 데 가 있는 순간이 있다. 일반 신자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거나 예배 후 급한 용건이 있을 때, 또는 신경전을 벌이는 교우가 옆자리에 앉았을 때 예배 집중이 어렵다. 심야 극장을 보느라 잠을 못자거나 부부싸움을 한 날은 예배 집중이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세속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이런 한계는 완전히 벗기 힘들다. 더 근본적으로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현대인들의 영혼이 산만해서 예배 사건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한 송이 야생화가 눈에 안 들어오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안 들리고, 계절과 순간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오는 바람과 구름이 자신들의 삶에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이 경직되어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사는 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는 학습에 길들여졌으니, 그 모든 것이 단절될 때만 가능한 예배에 어떻게 집중하겠는가.

찬송가에 한정해서 해결점을 찾는다면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는 파이프 오르간이 회중들의 찬송가를 압도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거기에 맞춰서 찬송가를 집중해서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유럽 교회는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파이프 오르간이 비치되어있다. 우리의 형편에서는 그게 사치로 보이겠지만 순전히 예배의 집중이라는 점에서만 본다면 필요한 악기다. 다른 하나는 회중들이 찬송가를 화음으로 부르는 것이다. 내가 테너를 맡는다면 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악보에 충실할 것이다. 화음으로 찬송가가 예배당 안에 가득 차면귀가 솔깃해지면서 회중들이 저절로 찬송가에 몰입하게 된다.

약간 특이한 방법 하나를 제안해도 좋으리라. 악기 없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대구샘터교회에서도 초창기에 한 달에 한번은 반주 없이 예배를 드렸다. 나의 기억으로는 괜찮았다. 그걸 계속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예배 참석자들의 숫자가 늘게 되자 예배를 인도하는 내가 찬송가의 첫 음을 정확하게 잡는 일이 부담스럽게 되었다. 사회자를 따로 두기 시작한 뒤로는 아예 악기 없는 예배는 시도할 수 없었다. 이 글을 쓴 것을 계기로 나만이라도 찬송 부르기에 이전보다 더 집중해볼 생각이다. ‘예배의 부름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축복 기도후주까지 예배 전체를 한 호흡으로 느껴봐야겠다.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교우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한편으로는 방해하지 말고, 다른 한편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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