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77)

조회 수 1024 추천 수 0 2018.09.05 21:05:06

(177)

좌파 혐오

타종교나 동성애 문제보다도 좌파 혐오 문제가 한국교회에 훨씬 더 광범위하게 펴져 있는 현상이다. 앞의 두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것이지만 좌파 문제는 남북 분단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다.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에는 북한에서 공산당의 박해를 받아 월남한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컸다. 큰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이었다고 봐야한다. 이들의 눈에 북한은 파멸시켜야할 적그리스도다. 북한과의 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가려는 집단 역시 그들에게는 적그리스도나 마찬가지다. 한국사회가 지난 독재체제 아래서 반공을 국시로 여긴 것처럼 한국교회 역시 반공을 자신의 존재 근거로 여기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분에게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평생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교회에 성실한 기독교인 장로로 살았다. 학교나 교회에서 존경받을만한 인격과 신앙이 있는 사람이다. 교회 개혁에도 나름 안목이 있다. 다만 북한 문제에서만은 완고한 입장이다. 젊어서나 늙은 지금이나 한결같다. 언젠가 이루어져야할 남북통일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대화의 기회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공산당의 계략에 우리가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면 모를까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방식으로의 대화나 통일을 그는 극단적으로 부정했다. 그렇게 북한을 불신하는 이유는 북한을 본인이 직접 경험했다는 확신에 근거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는 식이다. 그는 육이오 참전 용사다. 육이오 전쟁터에서 겪었던 경험과 심리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도 말한다. ‘북한이 내려오면 목사를 가장 먼저 처단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교회 강단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특히 남북 대화를 강조하는 정권이 집권할 때 더욱 그렇다. 적개심으로 가득한 이런 발언을 들을 때마다 영혼의 안식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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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18.09.06 10:11:58

경험되고, 학습된 악으로부터 쉽게 벗어나기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로 스캇 펙은 그의 책 '거짓의 사람들'에서 악은 교회로 숨어든다고 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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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9.06 21:30:42

태극기 부대 유의 사람들이 한국의 보수 기독교 안에 많다는 사실을

훗날 기독교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군요.

믿음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명의 본질을 향한 강렬한 의지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의 허상을 향한 맹목적인 열광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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