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75)

조회 수 1047 추천 수 0 2018.09.01 22:02:41

(175)

타종교 혐오

1985년도라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독일에서 잠시 신학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한국교회에서 성결교회 중진 목사가 유럽 선교여행 중에 독일에 들려 후배 목사들을 위로하는 순서가 있었다. 형식은 예배였다. 그는 내가 속한 성결교회(기성)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가장 역사가 깊은 교회의 담임 목사이고 잘 나가는 부흥사였다. 아마 다른 직함도 여럿이었을 것이다. 그의 발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승려 흉내를 우스꽝스럽게 재연하면서 기독교가 왜 불교보다 우월한지를 강조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불교를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일들은 우리나라 교회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사찰에 불을 낸다거나 부처상을 훼손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 탁발하러 온 승려에게 우리는 교회에 다닙니다.’는 말로 거절하는 경우도 흔했다. 얼마 전부터는 이슬람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주를 이룬다. 혐오를 넘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슬람교가 한국을 이슬람국가로 바꾸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음모를 꾸민다는 식이다. 제주도 예멘 난민도 그런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짜 뉴스가 신자들 사이에 유통된다.

로마가톨릭교회에 비해서 개신교회가 타종교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이유에 대한 종교사회학적인 분석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으니 내가 여기서 보탤 필요는 없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경험을 통해서 구원의 빛에 가까이 간 사람에게 타종교가 어떻게 다가오는지만 설명하면 된다. 나는 타종교에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지금 성경과 기독교 전통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나는 지금 어머니 밥상에서 음식 먹는 행위의 절정을 향해서 나아가는 중이다. , 된장찌개, 김치, 각종 나물, , 불고기 등등, 먹으면 먹을수록 맛의 깊이가 더해진다. 옆집에서는 주로 빵과 스테이크 등의 양식을 먹는다. 나는 옆집 음식과 우리 집 음식을 비교할 생각이 없다. 이미 충분한 맛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성경과 기독교 전통이 말하는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타종교를 부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시하지도 않고, 더더욱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한다는 것은 아직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자신의 영혼이 자유와 안식을 누리지 못하니 대신 타종교를 비난함으로써 상대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것뿐이다.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타종교 혐오는 목회적인 전략에서 나온 발상이다. 본인들이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렇다.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목회는 늘 전략적이다. 해외선교사 파송을 경쟁적으로 펼친다거나 무리수를 쓰면서도 대형 교회당을 건축함으로써 회중들의 관심을 한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이런 전략의 극단이 타종교의 악마화다. 목회의 구심력을 강화하는 데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게 없다. 이슬람에 의해서 한국의 기독교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면 교회 내부에서의 다른 문제 제기는 잦아든다. 헌금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목회가 전략의 차원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목사의 영혼이 병들어간다는 조짐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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