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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7일(목)
(오늘은 ‘창작과 비평’ 2013년 가을 호에 실린 시를 한편 소개한다. 시적 운율을 파괴하고 산문처럼 적은 시다. 소리 내어 읽어보니 뭔가 가슴이 남는 게 있다. 문태준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등이 있음)
망실(亡失)
문태준
무덤 위에 풀이 돋으니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 같아요 오늘은 무덤가에 제비꽃이 피었어요 나뭇가지에서는 산새 소리가 서쪽 하늘로 휘우둠하게 휘어져나가요 양지의 이마가 더욱 빛나요 내게 당신은 점점 건조해져요 무덤 위에 풀이 해마다 새로이 돋고 나는 무덤 위에 돋은 당신의 구체적인 몸을 한 바구니 담아가니 이제 이 무덤에는 아마도 당신이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