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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2일(화)
지난 주 설교 마지막 단락에서 나는
하나님께서 기억하지 않으신다고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걸 기억하느라
영적으로 지쳐 있거나 병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고 물었다.
자기의 잘못이 무엇인지 분간 못해도 좋고
또는 뻔뻔하게 살아도 좋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예레미야도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핵심은 사죄의 일방성이다.
그걸 깊이 인식한 사람은 누가 뭐라 말하기 전에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살아간다.
하나님이 기억하지 않으신다는 말을
실제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율법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율법은 당근과 채찍의 원리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당근을 주고
못하는 사람에게는 채찍을 가한다.
당근을 더 받기 위해서,
또는 채찍을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산다.
그런 원리마저 없으면 세상은 카오스로 떨어지니까,
또는 그것 말고 다른 원리를,
즉 하나님이 기억하지 않으신다는 은총의 원리를 모르니까
사람들은 계속 거기에 매달린다.
하나님의 망각은 은총이다.
그것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거꾸로 하나님의 망각이 없다면
그것은 곧 죽음이다.
이런 점에서 망각의 영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잘못만이 아니라 괜찮은 행동이나 업적도
가능한 빨리 망각하는 게 좋다.
그 망각은 자유이고 기쁨이고 평화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기억하느라,
없던 것도 억지로 기억해 내느라,
망각할까 걱정하느라
한시도 편하게 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든 걸 망각하는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 나라와 일치될 것이다.
좋은 일은 그리 잘 잊어버리면서
나쁜 일들은 어찌 기억 속에 생생한지..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테지만)
.
그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보다는
편집 혹은 해석을 낳고 있으니
일치에 이르는 길은
허들 경기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영화
'Gravity'
재미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