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화)

   

지난 설교의 중심인물인 바리새인과 세리에 대한 질문을

몇 분에게서 개인적으로 받았다.

1) 세리처럼 몰상식하게 살았어도 하나님의 자비에만 의존하면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말인가?

2) 바리새인이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면

세리는 자기의 부끄러운 행동을 수치스럽게 생각한 것뿐이라는 점에서

양쪽의 태도가 똑같은 건데 왜 세리만 의롭다는 인정을 받는가?

 

둘 다 생각해볼만한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세리가 괜찮은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삶에서는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다.

요즘의 상황으로 바꿔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상에서 악덕 기업체 사장으로 소문난 사람이

교회에서 신앙이 좋은 장로 행세를 하는 것으로 말이다.

성경 이야기와 이 이야기를 직접 비교하기는 물론 어렵다.

악덕 기업가는 자기를 죄인으로 여기는 세리가 아니라

의롭다고 여기는 바리새인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어쨌든지 본문의 세리가 문제투성이의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본문의 맥락을 정확하게 봐야 한다.

본문에서 핵심은 사실 세리가 아니라 바리새인이다.

예수님은 세리 같은 사람이 아니라

바리새인 같은 사람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본문은 세리처럼 손가락질을 하고 살아도

하나님만 바르게 믿으면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종교적인 업적을 근거로 남을 멸시하는 태도를 경고하는 것이다.

 

바리새인의 문제는 설교에서도 약간 비슷한 걸 말했지만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남보다 낫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그는 신앙의 본질로 여긴 것이다.

종교적 업적이 자랑거리로 남아 있는 한,

여기에는 세속적 업적까지 포함되는데,

하나님의 자비에 의존할 수가 없다.

그게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다.

세리처럼 자기에게 아무 것도 자랑할 게 없는 상황에 도달했을 때만

사람은 실제로 하나님의 자비에 의존하게 된다.

자기 영혼을 걸고 추구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비슷한 말씀을 예수님은 다른 경우도 자주 하셨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나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그리고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도 하셨다.

하나님 나라와 재물을 겸해서 섬길 수 없다고 하신 적도 있다.

하나님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사람들은 두려워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이 구원에 가까이 이르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가난을 미화하는 말도 아니고

파렴치한 삶을 합리화하는 말도 아니다.

우리 영혼이 만족에 이르는 특별한 차원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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