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36)

조회 수 1134 추천 수 0 2018.07.10 21:20:22

(136)

나는 종종 내 손을 세심히 본다. 피부, 손금, 핏줄, 손톱 등이 보이고, 뼈와 뼈마디를 짐작할 수 있다. 손이 하는 일을 생각하면 놀랍다. 지금 이 순간에 손가락을 놀려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아침마다 커피를 갈아서 내리는 일도 손의 몫이다. 아직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손 덕분이다. 우리 집 마당의 다섯 그루 소나무 기둥과 솔잎을 손바닥으로 만질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낀다.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발도 역시 마찬가지다. 내 몸의 모든 것이 생명 현상과 직결되어 있다. 한 부분이 약하면 다른 부분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원소는 이 모든 것의 가장 깊은 토대이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실감은 나지 않는다.

소립자인 원소와 큰 물체인 내 몸 사이에는 가늠하기 어려운 비약이 자리한다. 산소와 수소와 질소, 철과 나트륨 등등을 큰 시험관에 넣고 열을 가한다고 해서 지금 나의 몸이 나올 수는 없다. 원소가 내 자체는 아니라는 말이 된다. 어떤 모래 아티스트가 바닷가에 모래로 미켈란젤로의 다윗 상을 본뜬 상을 만들었다고 하자. 거기서 모래는 원소이고 다윗 상은 몸이다. 예술가의 혼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다윗 상은 불가능하다. 그만한 양의 모래를 쌓아놓는다고 해서 저절로 다윗 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비가 내리거나 밀물이 들어오면 다윗 상은 속절없이 무너져 자취를 감추고 모래 흔적만 남는다. 상투적인 비유이긴 하나 여기서 우리는 원소와 우리 몸 사이에 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힘이 개입되었다는 사실만은 인정할 수 있다. 그 힘을 나는 신비라고 본다.

아직까지 나는 다윗 상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살아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제한적인 삶이다. 제한적이지만, 아니 제한적이라서 오히려 더 소중하다. 나는 내 몸과 세상의 관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숨을 잘 쉬고, 냄새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맡으며, 사물의 촉감에 예민해지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사소한 사물도 나에게는 사소하지 않다. 이런 것들이 바로 내가 몸으로서의 생명을 누릴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평소에 자주 말했지만 어제의 경험이 너무 생생해서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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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뚜벅이

2018.07.15 21:58:31

'제한적이라서 오히려 더 소중하다나는 내 몸과 세상의 관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숨을 잘 쉬고냄새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맡으며사물의 촉감에 예민해지려고 노력한다이 세상의 그 어떤 사소한 사물도 나에게는 사소하지 않다이런 것들이 바로 내가 몸으로서의 생명을 누릴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늘상 대하는 나의 몸과 주변의 모든 사물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그 태도를 바꾸려고 애쓰는 중입니다....진보가 안보여 어렵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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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7.16 21:31:56

원래 모든 공부, 모든 운동, 모든 예술활동 등등이

눈에 띄게 발전하지 않는 것처럼

기독교 영성도 속도가 아주 느리지만

꾸준히 길을 가다보면 달리진 것을 느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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