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41)

조회 수 887 추천 수 0 2018.07.17 21:05:11

(141)

나에게 하나님이 존재 신비인 것처럼 예수도 존재 신비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 자체가 실증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비의 깊이에서만 인식되고 고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지만 실증적으로는 구원에 이르지 못했다. 일상에서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과 다를 게 별로 없다. 온갖 삶의 조건에 의해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원받은 사람의 모습으로 살지 못한다. 개인에 따라서 차이는 있다. 자유와 평화를 비교적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비슷한 실존에서 살아간다. 신앙적으로 높은 단계에 이른 사람도, 아니 그런 사람일수록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만두고 나의 경우를 보자. 평생 전업 목사로 살면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매진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일에 마음이 뒤숭숭 흔들리는 경우가 제법 많다. 황당한 일들도 벌어진다. 얼마 전에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끝났다. 나는 테니스계의 황제로 불리는 스위스 선수 페더러를 응원했다. 전문가들도 페더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결승에 올라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라고 예측했다. 모든 예측을 깨고 그는 8강전에서 세계 랭킹 8위 선수인 남아공의 앤더슨에게 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네다섯 번 그와 다툰 시합에서 페더러가 100% 이겼기에 그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선수가 그동안 잘 나가다가 이번에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실망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더 웃기는 것은 그의 라이벌 스페인 테니스 선수인 나달이 4강에 올라가서 세르비아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와의 경기를 펼칠 때 속으로 은근히 조코비치가 이기기를 바랐다는 사실이다.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심리가 작동된 것이다. 현재 세계 랭킹으로 나달이 1위이고, 페더러가 2위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조코비치가 32로 이겼다. 기분이 좋아서 속으로 박수치면서 웃었다. 내가 왜 페더러 팬인지는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페더러의 테니스는 우아하고, 나달의 테니스는 파워풀하고, 조코비치의 테니스는 완벽한 기계와 같다. 나의 실제 삶과 아무 상관없는 이들이 펼치는 프로 테니스 게임의 결과에 따라서 나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우스울 뿐이다. 그게 바로 현실 인간의 모습이기도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살벌한 세상살이에 묶여 있는 일반 신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관념으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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