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37)

조회 수 950 추천 수 0 2018.07.11 21:20:55

(137)

지난주일은 서울샘터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성찬식을 거행하는 날이었다. 순서에 따라서 성찬상 앞에 섰다. 성찬상 위에는 성찬보로 덥힌 세 개의 질그릇이 놓여 있다. 하나에는 빵이, 다른 하나에는 포도주가, 그리고 가장 작은 것에는 물티슈가 담겨 있다. 포도주가 담긴 질그릇에는 뚜껑이 있었고, 그 뚜껑 위에 세단으로 접은 흰색 천이 놓여있었다. 이게 다 용도가 있는 것이다. 그 천을 펼쳐 포도주 그릇 아래에  받침으로 깔았다. 포도주가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 천을 손으로 펼치는 순간에 아주 특별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장마기간이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끈적거렸지만 이 천만은 뽀송뽀송했다. 성찬을 진행하는 시간이 아니라면 그 천을 좀더 오래 만지고 싶었다. 몸으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절정의 황홀감이다.

나는 성찬예식을 집행할 때마다 이런 느낌을 종종 경험한다. 빵을 내가 직접 손으로 떼어서 앞으로 나온 신자들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그 자리에 나온 신자들의 얼굴이 아니라 손만 본다. 빵을 손으로 잡고 떼어낼 때의 느낌이 좋다. 빵은 무교병이 아니라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모닝빵인데, 유치원 어린이 손바닥 크기다. 무게가 가볍지만 탄력이 어느 정도는 된다. 그걸 보통 네 조각으로 낸다. 두 손으로 잡아서 찢을 때 전달되는 느낌이 특별하다. 빵은 찢어지지 않으려고 버틴다. 아마 쫄깃한 감촉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업체에서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드디어 불규칙한 속살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나의 손에 내어준다. 마치 예수가 십자가에서 자기 몸을 내주듯이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는 멘트와 함께 찢긴 빵을 신자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신자들도 자신의 손바닥에 놓인 빵의 질감과 무게를 느낄 것이다. 그 빵을 포도주에 찍어 먹는다. 일련의 행위가 끝난 뒤에 나는 처음 순서와는 역으로 성찬상을 정리한다. 질그릇이 나의 손에 전달하는 촉감과 무게를 다시 느낀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실증이다. 성찬에 관계된 모든 것, 즉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모든 것이 바로 존재 신비다. 여기서 나는 하나님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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