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오늘 저는 겨울로 깊숙이 들어서는 이 절기에 서쪽 하늘을 바라봅니다. 저 멀리 팔공산 아랫자락 능선에 태양이 반쯤 걸쳐 있다가 금방 자취를 감췄습니다. 태양이 저렇게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주황색 노을은 남쪽 능선에서 북쪽 능선 너머로 길게 휘장을 드리웠습니다.

     주님, 저는 우주의 거대한 운동 가운데서 이렇게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움직입니다. 소리도 없이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합니다. 지구를 안고 있는 태양은 또 은하계 안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 은하계도 역시 더 큰 우주 안에서 움직입니다. 더 큰 우주는 또 더 큰 우주 안에서 운동합니다. 모든 세계가 서로 엉켜서 돌아갑니다.

     이 모든 운동의 원천이 곧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토대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것들과 앞으로 있게 될 모든 것들은 다 하나님 안에 있을 뿐입니다. 오늘도 저는 다 알지 못하는 존재의 신비 가운데서 서쪽하늘을 보았습니다. 그 모든 것들의 통치자이며 주인이신 하나님께 저의 운명을 맡깁니다. 받아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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