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십자가

조회 수 1301 추천 수 0 2015.12.16 22:11:57

1216

예수와 십자가

 

사실 예수와 십자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세례 요한과 참수형은 오히려 어울린다. 요한은 노골적으로 헤롯을 비판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예수는 반로마 무력투쟁은 물론이고 그렇게 오해될만한 발언을 한 적도 없으니 십자가 처형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차라리 순교자 스데반처럼 돌에 맞아 죽었으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반로마 혁명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십자가 처형이 예수에게 집행되었다. 그 사실을 모든 기독교인들이 자주 읽고 있는 사도신경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다른 데서도 많이 언급했으니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자.

예수의 십자가가 오늘날 지나치게 종교화되고 말았다. 그게 일종의 주술처럼 인간을 구원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종의 부적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십자가 모형을 옷에도 달고, 방안에도 걸어둔다. 내 서재의 한 벽에도 걸려 있다. 나는 그걸 상징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십자가 처형은 로마 제국 시대에 가장 저주스러운 형벌이었다. 십자가에 달려 죽는 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동정을 받지 못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장에서 제자들이 다 도망간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가장 저주스러운 방식으로 죽었다는 사실로부터 기독교는 시작한다. 물론 그게 목표는 아니다. 부활이 기독교 메시지의 핵심이지만 십자가 없는 부활은 가능하지 않다. 예수가 가장 저주스러운 십자가 처형을 당하셨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1) ‘라고 해서 그런 재앙이 피해가라는 법은 없다. 2) 십자가와 같은 불행에 떨어졌던 사람들도 이제 더 이상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profile

[레벨:26]은빛그림자

2015.12.17 12:59:53

얼마 전 드라마로 방영된 최규석의 "송곳"이라는 작품은 "미생"에 견주어 볼 때

작품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만큼 수작이라고 일컬어져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미생"은 "저렇게 되고 싶다는 열망"을 담고 있으나

"송곳"은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분석하더군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의 과정은 어쩌면

인간이 생래적으로 갖고 있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직시하거나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도 같습니다.

만약, 예수를 믿어도 그토록 원하는 복(?)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신자로 머물 이가 얼마나 될까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았던 이 역시 가장 저주스러운 형극의 길을 걸었건만

나 만큼은 그런 길을 걷고 싶지 않고, 반드시 걷지 않게 도우리라는 믿음은 신앙일까요, 아닐까요? 


1) '나'라고 해서 그런 재앙이 피해가라는 법은 없다.

2) 십자가와 같은 불행에 떨어졌던 사람들도 이제 더 이상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두 가지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12.17 21:48:20

내 삶에서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좀더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십자가를 거부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자학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숙명주의라고 해도 곤란해요.

자기의 삶에 대한 훨씬 큰 긍정인 거지요.

[레벨:12]staytrue

2015.12.17 16:24:22

마지막 두가지 깊게 새기겠습니다 ^^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12.17 21:48:43

나도 그걸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profile

[레벨:28]정성훈

2015.12.17 18:01:45

전 두 번째가 너무 가슴떨려요...기대 만빵~!!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12.17 21:51:12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후로는

그 어떤 비참한 삶에 처한 사람이라도

절망에 떨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하고 값싼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행위에 대한

전적인 신뢰로부터 오는 참된 희망입니다.

[레벨:17]홍새로

2015.12.17 22:29:17

그어떤 비참한 순간에 처할때에도

예수님의 십자가처형을 일깨울때면

단번에 절망에서 건져올려집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12.18 21:05:28

그렇습니다.

절망에서 건짐받는 경험을 했다면

십자가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능력 안에 들어간 겁니다.

십자가가 우리에게 해방의 능력인 거지요.

아주 실제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889 박테리아와 인간 [5] 2016-01-05 1260
3888 하늘 [2] 2016-01-04 1133
3887 일상을 예배처럼 [6] 2016-01-02 1603
3886 시작 [2] 2016-01-01 1449
3885 마지막 [4] 2015-12-31 1240
3884 해왕성 [7] 2015-12-30 1671
3883 규범과 설교 [2] 2015-12-29 1151
3882 세리와 죄인 2015-12-28 1507
3881 혁명의 거룩한 에너지 [4] 2015-12-26 1363
3880 휘브리스 2015-12-25 1731
3879 성탄절 [2] 2015-12-25 1351
3878 2천 년 전과 2천 년 후 2015-12-24 1453
3877 하나님 경험 [3] 2015-12-23 1440
3876 마리아의 순종 file [3] 2015-12-22 2386
3875 성모 마리아 file 2015-12-21 1520
3874 새로운 현실 2015-12-19 1120
3873 세상을 버틸 힘 [7] 2015-12-18 1332
3872 십자가의 운명 2015-12-17 972
» 예수와 십자가 [8] 2015-12-16 1301
3870 하나님의 기쁨 2015-12-15 1006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