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1일
마지막
오늘이 2015년 마지막 날이다. 한 해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다. 흔히 말하듯이 우리의 일생도 곧 마지막이 온다. 지난 한 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지금의 이 마지막 순간을 능가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많은 것들도 죽음을 능가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마지막의 세력에 의해서 완전히 포섭된다.
마지막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많다. 의식하지 않는 이유는 의식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으니 그냥 현실에 충실히 사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놓여 있다. 그런 삶도 하나의 선택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 선택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 할 것은 없다. 다만 기독교 신앙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한다면, 그것은 마지막이 온다는 사실을 의식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런 인식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끌어가는지를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삶의 태도가 아닐는지.
기독교 신앙은 기본적으로 종말론적이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는데, 종말에 생명이 완성된다는 사실이 그 중의 하나다. 지금 우리의 생명은 종말을 향해서 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여전히 배고프고, 외롭고, 슬프고, 불안하다. 참된 안식이 없다. 기독교 신앙은 종말에 이런 모든 실존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고 그야말로 참된 생명으로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게 영생이고, 구원이다. 그것을 배타적으로 주관하는 존재가 바로 하나님이다. 이런 종말론적 신앙에 들어간 사람은 지금 여기서의 삶에 매달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말의 완성된 삶이 이미 현재와 비밀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매 순간을 절실한 태도로, 즉 의미 충만하게 살아간다. 매 순간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보물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보물처럼 여긴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럴 능력이 누구에게 있을까?
* 다비안 여러분, 그동안 매일묵상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