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순종

조회 수 2387 추천 수 0 2015.12.22 21: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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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순종

 

어제 묵상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절정의 신앙은 결국 순종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보면서 이 사실을 다시 절감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신비로웠다. 참척의 고통을 삭히는 중인지, 너무 고통스러워 넋을 잃은 건지, 삶의 허무를 되새기는 중인지, 잘 모르겠다. 무표정으로 보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순종의 영성에 깊이 들어간 사람의 모습이 바로 저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1:38)

도대체 순종이 뭘까? 순종(順從)순순히 따름이다. 일단 소극적인 태도로 보인다. 그리고 순종은 권위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을 억압할 때 쓰이는 이데올로기로 작동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충효사상이 여기에 자리한다.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려면 순종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어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보고 순종의 적극적인 의미를 느꼈다. 예술의 힘이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도 있었다. 순종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해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다. 어떤 사건이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나님의 뜻은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때 하나님의 뜻이 된다. 마리아의 경우에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것은 거룩하고 위대한 하나님의 뜻이었다. 그걸 거부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운명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그런 운명을 내가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분의 평가에 맡기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을 실제로 하나님으로 믿는다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당연히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어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심지어 십자가에 달려 죽은 아들을 무릎에 올려놓았던 마리아의 운명과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일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순종이야말로 신앙의 절정이다. 그럴 때만 미켈란젤로가 보았던 저 마리아의 평화가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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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강병구

2015.12.22 23:23:4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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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12.24 21:16:40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 나오는 마리아는

보면 볼수록 우리를 생명의 아득한 심연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죽어 축 늘어진 예수 모습도 마찬가지지만요.

두 가지만 짚어보지요.

1) 마리아의 왼손

어떤 다비안이 저 손에 주목하더군요.

오른 손은 예수의 시체를 받쳐들었는데

왼손은 아무 것에도 닿지 않아요.

상황이 난감하다는 표시일까요?

저런 손은 부처 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자기를 전혀 방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내 묵상 제목으로 바꾸면

모든 운명에 대한 순종을 가리키는 건지 모르겠군요.

2) 마리아의 자궁

삼십대 초반에 죽어

완전히 중력에 지배당하고 있는 저 예수는(그의 몸은) 

원래 마리아의 자궁에서 열달 가까이 머물렀습니다.

마리아는 자기 자궁에서 태아를 절대적으로 보호했듯이

지금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듯이 보입니다.

마리아라는 여자 자체가 자궁인 셈입니다.

거룩한...

 

 

[레벨:6]정중동

2015.12.25 21:33:52

피에타

듣기는 들어보았어도 이렇게 가르침 주시니 그렇구나 느낄 뿐입니다

왼손과 눈길도 상황이 난감하다는 표시인 것 같습니다.

어느 다비안께서 당 태종의 선덕여왕께 바친 헌화에서 '나비나 벌의 윙윙거림이 없는

백모란의 그림을 보고 저 모란은 분명 향기가 없을 거'라 했다는 말이 있는데

어린왕자에서 '진정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저 무식한 생각은 도덕경의 제1장1절 말씀이 떠오르는 군요

존재한다는 것의 신비, 누군가 나를 꽃이라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란

표현이 와 닿습니다

피에타

저리도 고혹스럽게 아름다운 선으로 이투어 졌으며

저리도 거룩한 비탄을 안고 있는 줄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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