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

혁명의 거룩한 에너지

 

지난 1220일 설교 마지막 대목에서 나는 대림절 신앙이 혁명의 거룩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기독교를 비판한 민중의 아편이라는 말은 기독교를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이다. 중세기에 기독교가 역사 변혁에서 무기력한 조짐을 보인 건 분명하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있다. 기독교 4세기에 로마의 국교가 된 이후로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영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로 분리된 기독교는 자기들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도 힘이 부족해서 세상 변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에는 근본적으로 혁명적인 기운이 넘친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세 가지만 들자. 첫째는 선지자들의 전통이다. 선지자들은 현실안주(status quo)에 치우치는 제사장들과는 반대의 입장에 섰던 고대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제사장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행위를 통해서 국가와 국민들의 안녕을 추구했다면, 선지자들은 하나님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신탁을 통해서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추구했다. 제사장들은 종교 귀족이었다면 선지자들은 야인들이었다. 선지자들의 전통을 교회도 이어받았다. 마리아 찬송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다. 이에 대해서는 설교에서도 언급했기 때문에 긴 말 하지 않겠다. 기독교는 사도신경을 통해서 예수가 로마 총독 빌라도에 의해서 십자가 선고를 받아 죽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이런 신앙고백은 로마 당국자들이 볼 때 불편한 것이었지만 기독교는 여기서 타협하지 않았다.

셋째는 재림신앙이다. 이게 핵심이다. 재림신앙에 의하면 이 세상의 모든 권력과 이데올로기는 상대화된다. 모든 것들이 예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재림 예수에 의해서 이 세상은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이런 신앙으로 사는 사람들은 현실을 부단히 극복해나간다. 헤겔식으로 말하면 예수 재림 때까지 이 현실을 부정하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를 혁명의 거룩한 에너지라고 부른다 해서 무슨 잘못이 있으랴.


staytrue

2015.12.28 00:48:31

목사님, 어제 어느 대형 교회 목사님 설교를 모 케이블 티비에서 보았는데 ...정말 충격적이였습니다 ...
제가 정목사님 설교와 글들에만 익숙하다가 그런 걸 봐서 그런가 아직도 속이 메슥거리고 참 어떻게 이런 수준인지 참담합니다 ...
설교 내용도 내용인데 어느 당대표가 앉아있는 모습을 여러번 비추면서 칭찬하는 모습도 가관이더군요 ... 그렇다고 기독교가 진보 이데올로기와 합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해야하는 지, 그 모습만 보고서 판단하기 그렇지만 우리나라 수구기독교의 단면을 본 것 같아서 좀 그렇더군요 ...
기독교적 혁명의 거룩한 에너지는 제가 아는 한 이곳 다비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더불어 목사님 설교와 글들의 클래스를 뼈저리게 느끼겠습니다. 역시 클래스은 영원하군요.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역사를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힘입고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rofile

정용섭

2015.12.28 21:45:30

스테이트루 님이 케이블 티브이 설교에서 받은 충격이

어떤 건지 안 봐도 비디오네요 뭐.

수고하셨어요.

금년 남은 날,

재밌게 보내세요.

 

정중동

2015.12.28 05:27:26

횃불

                 (고등학생때 글 약간수정)

누가 맨 먼저 이 봉화의 불을 켰던가

적이온다

적이온다


창세기도 맨 먼저 지으신 것은

마음의 빛

사랑의 빛

열정의 빛

모든것을 태우는 순수의 횃불


기드온의 300항아리

그 횃불의  힘은

뜨거움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느세 사글기 시작한

희미한 잿빛  

순수의

활활 타오르던

그 뜨거움은

내 기억에서 조차도 희미한채

나는 그냥  망연자실 구경꾼이 되고 있다


우리 한국의 교회의 비리는

목사가 예수의 자리에 앉아 있다고하는

저소리도 내 지르는 횃불인가

귀에 익은

profile

정용섭

2015.12.28 21:46:13

예, 문학소년 시절의 시,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886 시작 [2] Jan 01, 2016 1497
3885 마지막 [4] Dec 31, 2015 1274
3884 해왕성 [7] Dec 30, 2015 2001
3883 규범과 설교 [2] Dec 29, 2015 1211
3882 세리와 죄인 Dec 28, 2015 1571
» 혁명의 거룩한 에너지 [4] Dec 26, 2015 1419
3880 휘브리스 Dec 25, 2015 1815
3879 성탄절 [2] Dec 25, 2015 1500
3878 2천 년 전과 2천 년 후 Dec 24, 2015 1495
3877 하나님 경험 [3] Dec 23, 2015 1499
3876 마리아의 순종 file [3] Dec 22, 2015 2555
3875 성모 마리아 file Dec 21, 2015 1726
3874 새로운 현실 Dec 19, 2015 1175
3873 세상을 버틸 힘 [7] Dec 18, 2015 1379
3872 십자가의 운명 Dec 17, 2015 1074
3871 예수와 십자가 [8] Dec 16, 2015 1341
3870 하나님의 기쁨 Dec 15, 2015 1058
3869 삶의 추상화 [4] Dec 14, 2015 1255
3868 대림절의 기쁨과 평화 [4] Dec 12, 2015 1511
3867 광야의 영성 Dec 11, 2015 1393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