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는 하나님 나라보다는 천국이 더 익숙하다. 죽어서 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국, 즉 하늘나라는 하나님 나라이기에 천국은 곧 하나님 나라다. 우리말 성경 번역자들이 똑같은 개념인 하늘나라(바실레이아 톤 우라논)와 하나님 나라(바실레이아 투 데우)를 각각 한자인 천국과 순수 우리말인 하나님 나라로 번역했다. ‘천국이 가까이 왔다.’(마 4:17)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막 1:15) 하나님 나라를 한자로 번역하면 신국이 된다. 한자로 통일하든지 우리말로 통일하든지 일치시켜야만 했다. 이런 불일치로 인해서 성경을 읽는 사람은 이 두 단어를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인다. 이런 오해가 쌓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교회 신자들은 하나님 나라에 관해서 별로 관심이 없고 천국에는 관심이 크다.
천국은 죽어서 가야 할 어떤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다스림이다. 이걸 눈치채고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다. 우리 일상에는 하나님의 다스림이 은폐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그걸 느끼지 못하고 죽은 다음에 가는 천국을 꿈꾼다. 그들이 꿈꾸는 천국은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또는 그 이상의 복지 사회다.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도 않으며 모든 먹고사는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어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천국이라면 나는 천국을 사양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아무리 잘 먹고 잘살면서 명예와 권력을 누려도 영혼의 만족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 교회는 일상에 은폐된 하나님의 다스림에 집중하는가, 아니면 죽어서 가게 될 하늘나라만 꿈꾸는가. 죽음 이후에는 하늘나라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