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회 과정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기도 하고 놀란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집회에 평소 그리스도교 내외에서 존경받던 목사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한국교회가 그나마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잃었던 점수를 어느 정도는 만회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름이 나에게 익숙한 이들만 보면 오정현 목사, 이찬수 목사, 유기성 목사, 이재훈 목사, 박한수 목사, 김양재 목사, 조정민 목사 등등이다. 이미 1년 전에 ‘차별금지법 반대 1인 시위’에 나선 목사들도 많다. 나는 이분들의 그리스도교 신앙과 인격과 목회 역량을 높이 본다. 웬만하면 이렇게 성 소수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자리에 가지 않을 분들인데도 이번 집회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이 문제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분들의 눈에 동성혼 합법화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순교의 결기로 맞선 로마의 황제숭배와 다를 게 없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차츰 설명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집회에 한국교회가 초교파적으로 총동원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집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걸 교단 차원에서 결정한 교단도 많다. 각 지역의 개교회에서도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신자들을 독려하기에 바빴다. 말하자면 한국교회가 이번 집회에 ‘올인’ 한 것이다. 집회 명칭이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다. 평소에는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이는 곳’이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그분들이 200만이라는 숫자를 예배와 기도회의 표제 문구로 앞세웠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르긴 해도 지난 2천 년 교회 역사에서 저런 숫자를 앞세운 집회는 이번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그분들은 이런 순자를 통해서 입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를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신앙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다.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겠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 우뚝 서겠다는 무의식이 저런 숫자 놀이로 나타나는 듯하여 씁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