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脚註) 없이 성경읽기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 / 수 23: 6-11
 
얼마 전에 지난 여름에 쓰던 것들을 정리해 집어 넣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거실에는 대나무 돗자리 대신에 카펫을 다시 깔고, 또 선풍기는 닦아서 집어 넣고 그런 일을 하다 보니,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자말인데, 여름에 난로 겨울에 부채라는 말입니다.
여름에 난로 겨울에 부채, 그러니까 철이 바뀌면 쓸데 없는 물건들이라는 것입니다.
겨울에는 난로가 참으로 쓸모있는 물건인데 그만 여름이 되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되어버리고, 부채가 여름에는 쓸모가 있어 가까이 하다가도 겨울이 되면 이제 멀리 하게 된다는 그러한 사자성어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그 말을 읽어보면, 겨울에는 난로를 가까이 하게 되고 여름에는 그간 멀리하던, 한 쪽에 치워놓았던 부채를 가까이 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러한 말, 하로동선(夏爐冬扇)을 생각하면서 11월 첫째 주간에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여름에 부채를, 겨울에 난로를 가까이 하듯이
우리 인생에 어떤 것을 가까이 해야 가장 좋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 해답을 바로 오늘 본문에서 찾았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제 여호수아가 인생을 마감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부를 하는 장면이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거기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에 하나,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고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8 -9절입니다.
 
<8절, 오직 너희의 하나님여호와께 가까이 하기를 오늘까지 행한 것 같이 하라
 
그럼, 하나님을 가까이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살펴볼까요
 
우리말 ‘가깝다’의 의미
 
먼저 ‘가깝다’는 말, 그 뜻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지요.
우리말 ‘가깝다’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 의미는,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의 거리가 짧다.
우리 병원에서 덕진 구청은 가깝다, 라고 사용할 수 있겠지요.

둘째 의미는, 서로의 사이가 다정하고 친하다, 는 뜻이 있습니다.
 철수와 영수는 서로 가까운 사이이다.
이런 경우 철수와 영수가 거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사람들 어떻게 보면, 부족한 존재인 것 같으나, 생각 하나는 참으로 대단한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가깝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맨 처음 이 말은 단순이 물리적인 거리를 가지고 가깝다, 멀다 라고 사용되어 왔을 것입니다.
 
원래 ‘가깝다’는 말은 시각적으로 판단하여, 눈으로 인식되는 멀고 가깝다, 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시각, 즉 눈에서 가슴으로 그 인식이 바뀌어 간 것입니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가깝고 멀고를 판단하게 되어, 사이가 가깝다 멀다라는 말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가깝다라는 말을 쓰다가 어느 순간에 ‘아, 이 말을 꼭 거리적으로 가깝다라는 경우에만 쓸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추상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가까움과 멀고에 쓰면 어떨까’, 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있다’ 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하나님은 가까이 한다는 것은?
 
이렇게 ‘가깝다’의 뜻이 두 가지인데, 그것을 하나님께 가까이 하라는 말에 적용해 볼까요?
 
‘가깝다’의 첫 번째 의미, 거리상으로 가깝다는 말로 우리와 하나님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측정하지 못하니까, 실상은 두 번째 의미, 사이가 다정하고 친하다, 라는 말이 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 ‘가깝다’라는 말은 일단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는 말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다정하고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실상 우리가 하나님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측정할 수 없으니, ‘가깝다’의 첫 번 째 의미로는 하나님과 가깝다.는 식으로는 쓸 수 없지만, 그래도 제 마음 한편으로는 그런 식으로도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왜냐면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그렇데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모진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불러 그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실 때에 모세는 맨 처음 거부했습니다.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하나님 말씀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하나님이 제시하신 해결책이 무엇입니까?
모세 네가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내가 너와 함께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가겠다’
함께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너와 나의 거리가 아주 줄어들어 옆에 있는 것! 함께!
 
이러한 때에 과연 하나님과 모세의 거리는 얼마만큼이었을까요?
그야말로 ‘가깝다’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거리였을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역시 그러했고, 또한 정신적으로 가까운 것, 그랬을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가깝다, 에 맞는 사례입니다. .
그렇게 해서 결국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지요..
그게 바로 하나님과 가까이 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그 후로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데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거역하고 믿지 못하고 그러한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맨처음 계획하신 것대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렇게 인도하신 하나님이 이제 여호수아를 통해서 일을 하시고 이제 여호수아는 물러나게 되는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당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는 것…
하나님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
 
그런데 여호수아는 그렇게 하나님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를 매우 실질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는’이라는 말은 왜냐면,이란 뜻입니다.
너희가 하나님을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있는데, 그게 뭔가 하면, 여호와께서 강대한 나라들을 너희의 앞에서 쫓아내셨으므로 오늘까지 너희에게 맞선 자가 하나도 없었느니라.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을 가까이 하면 하나님께서 앞에 오는 대적들을 다 물리쳐 주신다는 것이지요.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 앞의 어려움을 없이해준다는 말이지요.
 
정서적으로 관계적으로 하나님과 가깝게 지낸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예, 거리적으로 하나님과 가깝게 지낸다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이런 예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가까이 있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 봅시다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는 아이를 향해 말합니다. “밥 먹어라”
자, 이때 밥상과 아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요?
물론 집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그 거리는 달라지겠지만
아무리 집이 크다 한들 몇 십 미터 되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마악 학교에서 돌아와 한참 배가 고플 아이로서는
몇 걸음을 걸어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 될 것입니다.
 
자, 그런데 밥 먹어라,라는 말이, 어머니가 하시는 말이 전화선을 타고
서울에 있는 아이에게 하는 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 별일 없었냐? / 예, 별일 없었어요../ 저녁은 어떻게, 밖에서 먹었냐, 아니면?..
안 먹었어요. 이제 먹어야지요./ 그래, 반찬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밥 먹어라….
 
그런 대화 끝에 나온 어머니의 밥 먹어라, 는 처음 상황에서 나온 어머니의 말,
‘밥 먹어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거리의 차이입니다. 아이와 밥상과의 거리, 그리고 밥상에 밥이 다 차려져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 그리고 누가 밥상을 차리는가, 의 차이도 있지요..
 
자, 여기에서 간단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거리가 가깝게 있는 아이가 밥상과의 거리도 가까워진다는 사실.
거리뿐입니까? 밥상도 이미 차려져 있는 시간상 간격도 훨씬 짧고, 그것을 차려주는 사람이 누구인가, 따라서 밥상이 더 걸게 그리고 맛있게 차려지는 것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가까이라는 표현을 몇 개 통해서, 그 ‘가깝다’라는 말에 담겨진 의미, 두 가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거리적으로 가까워지기를 소망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가까이 하라는 다른 말씀들,
 
그런데 성경을 살펴보면, 하나님과 가까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그런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 몇 군데만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이 가까이 하라는 말씀.
그런 구절들의 대부분이 가까이, 라는 말을 영어로는 near로 번역해 놓았는데
몇군데만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 하심과 같이 그 신의 가까이 함을 얻은 나라가 어디 있느냐 (신명기 4:7)
our God is near us whenever we pray to him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 하시리라 (야고보서 4:8)
Come near to God and he will come near to you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 (시73:28)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적을 전파하리이다
But as for me, it is good to be near God. I have made the Sovereign LORD my refuge; I will tell of all your deeds.
 
이 모든 구절에 있어서 ‘가까이’라는 말을 영어로 near라 번역을 해 놓았습니다.
 
밀착하다 vs. 가깝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용한 하나님과 가까이 라는 표현은 영어로는 near라고 번역이 되고 있는데, 오늘 본문만은 near 가 아니라 다른 단어로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원문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거리가 가깝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But you are to cling to the LORD your God, as you have done to this day. (NASB)
But you are to hold fast to the LORD your God, as you have until now. (NIV)
 
가까이 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다바크'(* )는 '바짝 밀착하다', '견고히 달라붙다' 등을 뜻하는 말로, ‘붙잡다’, ‘꼭 붙들다’의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말은 ‘가까이’라고 번역해 놓고 있지만 원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 ‘붙잡다’, ‘붙들다’라고 번역해도 되는데 가까이 라고 번역해 놓았을까요?
 
제가 이 구절을 생각하면서 저의 아이들이 어릴 때 일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가까이 했지요.
제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에게 달려옵니다.
달려와서 아이들이 그 당시에는 조그만 했으니까, 두 아이가 하나씩 제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립니다. ‘그럴 때 제가 아이 하나씩 무등을 태우고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 돌았던 기억! 아이들과 가까이 했던 추억입니다. 가까이 했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그렇게 오늘 본문은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고 하지만 그 속에 숨은 뜻이 있습니다.
가까이 하되, 어떻게 하면 가까이 할 수 있느냐?
꽉 붙잡으라는 것이지요.
마치 아이가 아버지의 바지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모습,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나님을 꽉 붙잡아라, 그 정도까지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
 
저는 지금 하나님과 정서적으로, 심정적으로 가까운 것도 좋지만, 아이가 아버지를 심정적으로 가까이 하고 친밀하게 여기는 것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거리적으로, 바지가랑이를 꽉 붙잡을 정도로 가까이 하라는 것, 바로 오늘 본문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렇게 하나님과 가까이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
9절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말씀에 순종하는 한 하나님께서도 그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앞으로의 모든 싸움에서도 능히 이기도록 해 주실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야 할 이유, 그리고 필요성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애초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까이 오셨고, 가까이 계셨습니다.
다만 우리가 하나님을 몰라보고 멀어지고, 멀리 한 것입니다.
이제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여호수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라, 하나님과 가까이 하라 ….
 
가까이 가서 하나님과 가까이 지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를 살리는 일입니다.
 
서두에 화로동선이라는 말을 통해서, 물건이 때에 따라 멀리 하게 되고 가까이 하게 되는 세상이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세상이치와는 달리 하나님은 우리가 언제나 가까이 해야 하는 분입니다. 겨울이나, 가을이나 봄이나 따질 것 없이 항상 가까이 해야 할 분입니다. 이제 겨울을 맞이하는 11월 첫째 주, 특별히 우리 인생의 모든 계절에 그분과 가까이 하면서 여호수아가 말한 바 <주님께서 당신들 앞에서 크고 강한 나라들을 몰아내셨으므로, 지금까지 당신들을 당할 사람이 없었던> 복을 받아 누리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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